조선조 영ㆍ정조 시대에 뛰어난 화가 단원(壇園) 김홍도(金弘道)는 
특히 신선도를 잘 그렸는데, 그의 모습이나 성품도 역시 속되지 않았다.
《호산외사(壺山外史)》라는 책에는 김홍도의 인물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김홍도는 원래 얼굴이 시원하게 잘 생기고, 성품이 고왔으며 
기상이 크고 소탈하여 사람들이 모두 그를 신선 같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김홍도의 사람됨을 잘 나타내 주는 글이다. 
그러한 김홍도는 살림살이가 매우 가난하여 아침 저녁으로 끼니를 걱정해야 하였지만, 
이러한 일에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다.

「쌀 뒤주가 비었다고 내 마음까지 빈 것이 아니거늘, 그렇게 걱정할 것이 못 된다.」

이렇듯 구김살이 없는 성격을 지닌 김홍도는 유난히 술과 친구를 좋아하였다. 
김홍도에게는 어렸을 적부터의 친구인 김득신을 비롯하여 이인문ㆍ최북등의 친구가 있었다.


이인문은 김홍도보다 나이가 15세나 적은 화가로 화원(畵員)을 거쳐 
첨사(僉使:각 진영에 딸린 종3품의 무관)벼슬을 지냈다. 
그의 작품은 정연한 구도와 아담한 곡선이 특징이었다.

최북은 산수화에 뛰어난 화가로서, 
그의 작품에는 <하경산수도(夏景山水圖)>,<추경산수도(秋景山水圖)>, <관폭도(觀瀑圖)>등이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김홍도와 뜻이 통하여 아주 친하게 지냈다. 
그들은 한결같이 술을 좋아하였으므로 만나기만 하면 술을 마시며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또한 김홍도는 멋을 제대로 아는 화가였다.
어느 날, 김홍도는 나무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가게에 있는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희끗희끗 눈이 날리는 늦겨울에 청초하게 피어 있는 하얀 꽃도 좋았지만 
가지가 뻗어 오른 모양이 더욱 좋았다.

「저 매화나무야말로 정말 일품이다. 다른 사람이 사기전에 내가 사야겠다. 
그래서 문갑 위에다 좋아둔다면 얼마나 운치가 있겠는가?」

이렇게 마음먹은 김홍도는 주인에게 다가가 매화나무 값을 물어보았다.

『이거 얼마요?』

그러자 나무 주인은 서슴없이,

『2천냥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 대답에 김홍도는 절로 입이 벌어졌다.

『2천냥이나 되오?』

『예, 이것은 보통 매화가 아니라서요. 그 값에서는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습니다.』

김홍도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낼 수 없었다. 
2천 냥이라면 그의 가족이 한달 동안 먹을 양식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마음에 들기는 한다만, 당장 내일 먹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김 홍도는 씁쓸한 기분으로 나무 가게를 나왔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서는 매화나무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그에게 그림 한 폭을 그려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김홍도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림을 그려 주면 얼마를 내겠소?』

『3천 냥을 드리지요.』

『좋소이다.』

김홍도는 3천 냥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받고 그림을 그려 주었다.

「이제야 매화나무를 사게 되었군. 
그렇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리지 않았을까?」

김홍도는 부리나케 나무 가게로 달려갔다. 
매화나무는 저 번보다 더 많은 꽃을 피운 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홍도는 선뜻 2천 냥을 주고 매화나무를 샀다.

「이처럼 훌륭한 매화나무를 구했는데 그대로 있을 수 있나?」

그는 매화연(梅花宴)을 열기로 하였다. 진기한 매화를 친구들과 같이 감상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홍도는 나무를 사고 남은 천 냥에서 8백냥을 떼어 술을 샀다. 
그리고는 친한 친구들을 초청하였다.

『여보게, 어디서 이렇게 진귀한 매화 나무를 구하였는가? 
이 세상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일품이네 그려!』

김득신은 매화나무를 보자마자 감탄부터 하였다. 
이 말을 받아 이 인문이 입을 열었다.

『아따, 형님도 그걸 몰라 묻는 거요? 
우리 단원형님이 연풍 현감 시절에 어떤 여자가 형님한테 반했더라 그겁니다. 
그런데, 형님이 훌쩍 떠나와 버리니, 그리워다가 못해 이렇게 매화나무가 되어 찾아온 거지요. 
안 그렇소. 단원형님.』

『예끼, 이 사람.』

『이인문의 말은 농담이지만, 과연 기품이 풍기는 매화나무가 틀림없소. 신선 같은 단원한테 딱 어룰리는구료.』

최복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제야 김 홍도는 매화나무를 구하게 된 내력을 털어 놓았다.

『그럼, 이 나무가 2천 냥짜리란 말인가?』

김득신이 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인문과 최복도 역시 놀라며 눈을 동그렇게 떴다. 
그들은 가난한 김홍도가 2천냥이나 주고 매화나무를 샀다는 데 놀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좋은 것이 있으면 값을 따지지 않고 사서 즐기는 마음의 여유에 감탄하였다.

「단원이야말로 멋을 아는 사람이야! 그림 솜씨뿐 아니라 생활의 멋이 있어!」

김홍도의 친구들은 속으로 이렇게 그를 부러워하였다. 
김홍도는 남은 돈 2백 냥으로 양식을 샀다. 그것은 고작 2,3일밖에 먹을 수 없는 양이었다.

이러한 일을 통해서도 세상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생활을 하였으나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그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현실 생활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그는 현실 속에서 늘 깨끗하고 높은 정신으로 살았다. 
이러한 김홍도의 맑고 깨끗한 인품은 그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지르기 위해 밥까지 굶는 센스..>ㅅㅇ

우리 모두 조상의 얼을 본받아서 질러보아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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